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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중앙일보 프리미엄신문 2008. 8. 11 일자 "칠흑속 일상을 체험하다"
블라인드 | 등록일 : 2008-08-11 19:34:46 | 조회 : 7513
칠흑 속 일상을 체험하다 [조인스] 어둠은 단절? 아니, 또다른 소통!

낯선 이를 오늘처럼 믿고 따랐던 적이 없었어요.” “27년 인생 속에서 가장 편안한 순간이었어요.”어둠이 두렵고 무섭다고? 이곳에선 선입견일 뿐이다. 시각을 닫으면 보이지 않던 또다른 세상이 열린다.



어둠 속 미각 여행

“스테이크의 뒷맛이 오래 남네요.” 4일, 레스토랑을 찾은 이병화(28·서울시 용두동)씨는 “1시간 반 동안 어둠 속에 함께 머문 옛 직장 동료와 좀더 가까워진 것 같다”고 했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왕의 남자’는 빛이라곤 전혀 없는 어둠 속에서 미리 주문한 요리를 즐기는 레스토랑이다. 웨이터의 어깨에 손을 얹고 예약된 자리에 앉으면 수프·샐러드·메인요리·후식이 차례로 제공된다. 늘 하는 식사지만 이곳에선 간단치 않다. 요리가 나올 때마다 그에 맞춰 스푼과 포크·나이프를 일일이 손으로 더듬어 찾아내는 것부터 일이다. 포크와 나이프를 사용하는 것도 어설프다. 바닥에 떨어뜨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요리의 온도를 감지하고 어떤 요리인지 알아내기 위해 후각과 미각이 곤두선다. 요리를 정확하게 입안에 가져가기 위해 손에 힘이 들어가고 몸은 테이블 쪽으로 기운다.

“환한 공간이었으면 우스꽝스러웠을 자세죠. 보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니 편했어요. 미각이 발달한 편이 아닌데 오늘은 고기가 덜 익었는지, 너무 익었는지까지 세세하게 느껴지던 걸요.” (조윤정·25·서울시 여의도동) 이곳에서 미각과 더불어 예민해지는 것은 청각이다. 상대방의 목소리에 귀가 쏠린다. 예약제로 운영. 문의 www.i40.kr 02-497-5248(오후 3~12시)
 
 
프리미엄 김은정 기자
사진= 프리미엄 황정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