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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국민일보 02월 06일자 "블라인드레스토랑 맛보기"
블라인드 | 등록일 : 2009-02-06 17:52:25 | 조회 : 4295
국내서 문 연 ‘암흑 식당’ ‘블라인드 레스토랑’ 맛보기



[2009.02.05 22:07]







"5m쯤 걸어가시면 넓은 곳이 나옵니다. 눈을 떠도 눈을 감아도 똑같은 세상입니다. 특수한 환경이고 처음 접하는 것이겠지만 잠시 눈을 감고 있다 보면 금세 적응이 될 것입니다."

지난 2일 서울 화양동 건국대 앞에 자리한 '블라인드 레스토랑'. 유승훈(29) 사장은 대기실에서 기다리던 손님들이 식당으로 들어갈 때마다 친절하게 설명한다. 어렸을 때 하던 기차놀이처럼 앞 사람 어깨에 손을 얹고 일렬로 서자 적외선 안경을 쓴 직원이 맨 앞사람 손을 잡고는 두 개의 커튼을 지나 한줄기 빛도 없는 어둠의 세계로 안내한다.

들어서는 순간 "뭐야, 정말 하나도 안보이잖아" "무서워" "어떻게 식사를 해" 등 두려움 반, 호기심 반으로 술렁이기 시작한다.

"테이블 위에 물과 포크, 나이프, 스푼, 물수건이 있어요. 손으로 위치를 잘 기억해 두세요. 도움이 필요하면 테이블 아래 버튼을 눌러주세요."

직원의 안내가 끝난 뒤 1시간30분 동안 미리 예약한 요리들이 차례로 나온다. 전체요리, 스프, 샐러드, 메인요리, 디저트. 시각을 제외한 나머지 감각을 이용해 식사를 하느라 모두들 집중하는 눈치다.

만난 지 200일 기념 이벤트로 이 곳에 왔다는 신관식(23)씨는 "어둠 속이라 더욱 진실된 마음을 표현하기 쉬웠다"고 털어놨다. 블라인드 식당에 대해 전혀 몰랐던 신씨의 여자친구 김초희(21)씨는 "행복하고 감동적인 시간이었다"며 "보이지 않아 깨끗한지 어떤지 몰라 불안했지만 또 오고 싶다"고 했다.

여자 친구 생일을 축하하기 위한 특별 프로그램으로 '어둠 속의 식사'를 선택했다는 홍민표(29)씨는 "감각에만 의존해 먹으니 무뎌진 오감이 되살아나 평소보다 더 맛있게 먹었다"고 했다. 생일을 맞은 김희영(28)씨는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특별한 체험을 할 수 있어 기억에 오래도록 남을 것"이라고 좋아 했다.

결혼 3주년을 맞아 남편 김관현(30)씨와 이곳을 찾은 이미혜(27)씨는 "시각장애인의 어려움을 이해할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아이들도 교육을 위해 꼭 데려와야겠다"고 맞장구를 쳤다.

현재 블라인드 식당은 8개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2002년 TV를 보고 블라인드 식당을 알게 된 유 사장은 "과연 서울에서도 잘 될까" 고민하던 끝에 2007년 레스토랑을 열었다.

"어릴 때 시력이 좋지 않아 만약 눈이 아예 보이지 않으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자주 했어요. 시각장애인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시작했습니다."

유 사장은 시각장애인을 직원들로 채용하고 싶었으나 시각장애인협회 측에서 안전상 다소 문제가 있다고 조언해 포기했다고 말했다.

유 사장은 "블라인드 레스토랑에 한번 다녀 가면 시각장애인들을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는 마음이 생길 것"이라면서 "앞으로 이곳을 식사 이상의 즐거움을 맛 볼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블라인드 식당은 인터넷 (www.i40.kr) 이나 전화예약을 해야 이용할 수 있다. 식사 시간도 오후 7시, 9시 딱 두번 뿐이다. 입장하기 전 빛이 나오는 카메라, 휴대전화, MP3, 시계, 라이터 등은 모두 맡기고 들어가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2007년부터 세차례 '어둠의 대화'란 이름으로 완전한 어둠 체험 전시회가 열렸다. 또 지난달에는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눈을 가리고 식사를 하는 블라인드 디너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글=최영경 기자,사진=강민석 기자 ykchoi@kmib.co.kr




원문보기 http://www.kukinews.com/life/article/view.asp?page=1&gCode=all&arcid=0921181430&cp=nv